[EBS 저녁뉴스]
불행을 넘어서 스스로 행복을 찾고, 그 행복을 또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요. 같은 아픔을 가진 시각장애인들이, 자신이 그랬었던 것처럼 문학을 통해 사회와 소통하고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시각장애인 독서교실'을 꾸준히 운영 중인 박향숙 시인을, 오늘 <뉴스인>에서 만나봅니다.
[리포트]
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한 주택가 골목 끝자락에는 시각장애인들의 문화공간인 '강서점자도서관'이 있습니다.
매주 화요일 오후, 이곳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독서교실'이 열리고 있는데요.
시와 수필, 소설 등을 함께 듣고 낭독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독서교실'을 4년째 이끌어오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시각장애인 봉사자 박향숙 씨.
장애인 문학지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그는 같은 처지의 장애인들을 위해 매주 같은 시간, 먼 길을 마다 않고 달려와 열정적으로 수업에 임합니다.
Q. ‘시각장애인 독서교실’에서는?
박향숙 / 시인 · 시각장애 1급
“사람은 한 권의 책이라고 하잖아요. 책 속에 들어있는 내용들하고 우리 삶과 결부시켜서 얘기를 하다 보면 굉장히 열띤 토론이 되고 서로 그런 얘기를 함으로써 내 마음에 있던 응어리들이 풀어지고...”
엄두도 내지 못할 어둠 속 공간에서, 박향숙 시인의 시선은 넓고 깊습니다.
그녀가 쉽지 않은 조건 속에서도 동료들과 문학을 나누고 공감의 장을 마련하려는 것은, 드넓은 꿈이 실현되는 상상의 세계를 함께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Q. 나에게 ‘시’, 그리고 ‘문학’이란?
박향숙 / 시인 · 시각장애 1급
“내가 육체적으로는 갇혀 있어서 못 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얼마든지 상상력에 의해서 뭐든지 다 자유롭게 가능하니까... 좁았던 우리의 세계가 책을 통해서 더 넓어지고 정신적으로 확대되잖아요. 지식도 물론이지만... 좀 더 우리 세계를 넓히기 위해서는 책이, 독서가 제일 바람직하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그녀의 시에는 지난한 삶의 곡선들이 묻어납니다.
고통과 아픔에 둔감했던 그녀가 앞을 보지 못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두 자녀를 키우면서부터.
사고로 두 눈과 양팔을 모두 잃은 남편과 함께 자녀들을 키우며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었던 40여 년의 세월이, 그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는데요.
Q. 불편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
박향숙 / 시인 · 시각장애 1급
“아이들이 아플 때, 얼굴 표정도 보고 대처도 하고 이렇게 해야 될 텐데, 아플 때는 약 먹일 때도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그럴 때 제일 안 보이는 것에 대한 비감이 들었죠.”
남편과 자신이 그래왔던 것처럼, 자신의 시 또한, 같은 아픔을 가진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길 바란다는 박향숙 시인.
그녀의 꿈은 '시각장애인들이 꿈꿀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Q.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에게
박향숙 / 시인 · 시각장애 1급
“많은 시각장애인 여성들이 어려운 점을 가지고 사회의 편견 또 가족 간의 갈등을 많이 갖고 살지만, 용기를 가지고 미리 걱정하지 말고, 자기 삶을 자기 환경에 맞게 대처하면서 살아나가면 될 테니까 걱정 말고 하고 싶은 대로 용기를 갖고 살다보면...”
불행을 넘어선 그녀의 삶과 시는 누구보다 온전하기에, 그녀가 보지 못하는 세상이란 없어 보입니다.